1930년대
나도야
나도야 살리라
오래오래 살리라
소금이 쉬고 바위가 모래될 때까지
슬픈 일 많이많이 보고
나도야 오래오래 살리라
때가 와서 내가 죽은 날은
─ 별이 꽃처럼 흐르는 저녁도
여름 소나기 시원한 대낮도
나뭇잎 붉게 물든 밤도 다 그만 두고
다만 함박눈 소리없이 내려 쌓여
온 누리 희게 변한 아침이거라
주석
나도야 '나도'에 운율을 살리는 가락말 '야'를 붙인 형태. 노래조의 정감을 더함.
소금이 쉬고 절대 상하지 않는 소금조차 쉴 만큼,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까마득히 먼 훗날을 뜻하는 관용적 표현.
누리 '세상'의 옛말.
심상·해설
소금이 쉬고 바위가 모래가 되도록 오래 살겠다는 다짐 끝에, 죽는 날만은 함박눈이 소리 없이 쌓여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한 아침이기를 바라는 정갈한 소망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