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반묘
어느 사막의 나라 유폐된 후궁(后宮)의 넋이기에
몸과 마음도 아롱져 근심스러워라.
칠색(七色) 바다를 건너서 와도 그냥 눈동자에
고향의 황혼을 간직해 서럽지 않뇨.
사람의 품에 깃들면 등을 굽히는 짓새
산맥을 느낄사록 끝없이 게을러라.
그 적은 포효는 어느 조선(祖先) 때 유전이길래
마노(瑪瑙)의 노래야 한층 더 잔조우리라.
그보다 뜰 아래 흰나비 나직이 날아올 땐
한낮의 태양과 튤립 한 송이 지킴직하고
주석
반묘(斑猫) 얼룩무늬 고양이. 이 시는 고양이를 사막 나라 후궁의 넋에 빗대어 노래한 작품이다.
후궁(后宮) 임금의 첩으로 궁궐에 거처하던 여인. 갇힌 채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처지를 고양이의 모습에 견주었다.
칠색(七色) 바다 일곱 빛깔의 바다. 무지개처럼 화려한, 멀고 이국적인 바다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조선(祖先) 조상, 선조. 여기서는 고양이가 지닌 야성이 먼 옛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내림임을 뜻한다.
마노(瑪瑙) 여러 빛깔의 무늬가 있는 보석. 고양이의 영롱하고 매끄러운 울음소리를 보석에 빗댄 것이다.
심상·해설
사막 나라 후궁의 넋처럼 아롱진 얼룩 고양이가, 눈동자에 고향의 황혼을 담은 채 게으르게 등을 굽히고, 뜰 아래 흰나비와 튤립 곁을 지키는 신비롭고 쓸쓸한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