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비오는 날
쓸쓸한 정서(情緖)는
커튼을 잡아늘이며
창(窓) 너머 비소리를 듣고 있더니
불현듯 도깨비의 걸음걸이로
몽롱한 우경(雨景)에 비틀거리며
뜰에 핀 선홍(鮮紅)의 진달래꽃을
함부로 뜯어 입에 물고
다시 머-ㄴ 버드나무를 안고 도노라
주석
우경(雨景) 비 내리는 풍경. 흐릿하고 몽롱한 빗속 정경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비 내리는 창가에서 커튼을 늘이며 빗소리를 듣던 쓸쓸한 마음이, 도깨비 걸음으로 빗속을 비틀거리며 진달래를 물고 먼 버드나무를 안고 도는 몽환적이고 적막한 장면으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