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비들기
눈이 석자나 쌓인 채
긴긴 나흘이 흘러간 날,
낡은 기와집 추녀밑 ──
단청마저 의의한 새장 속에
가슴이 아퍼 내 마음 비둘기는 꾸꾸 운다.
주석
단청(丹靑) 전통 건축물의 처마와 기둥 등에 베푼 여러 빛깔의 무늬와 그림.
의의한 빛깔이 바래어 어슴푸레하고 흐릿한 모양을 이르는 옛말투. 단청이 낡아 희미해진 상태를 가리킨다.
심상·해설
눈이 석 자나 쌓인 채 나흘이 흘러간 깊은 겨울, 낡은 기와집 추녀 밑 빛바랜 새장 속에서 비둘기가 가슴 아프게 꾸꾸 운다. 갇힌 새의 울음이 곧 시인 자신의 답답하고 시린 마음으로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