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인생의 광야
인생의 광야에 해는 저물어
갈바람 나날이 높이 불어
내 영혼 하늘을 우러러 호곡(號哭)할 길도 없고
찢어진 기폭(旗幅)처럼 여기 펄럭이나니.
불길(不吉)의 새, 들 가로 도는 까마귀여!
이젠 석양의 만가(輓歌)도 겸손하지 말라
빈 산네 낙엽(落葉)이 휘날고
고향 잃은 자의 슬픔은 나날이 더할 뿐.
들국화 한 송이 없는 마른 풀 밑에
함께 눕는 날
그 우으로 세월이 가고 바람이 불고······
주석
호곡(號哭) 소리 내어 목 놓아 슬피 욺.
기폭(旗幅) 깃발의 폭, 펄럭이는 깃발 자체를 가리킨다.
만가(輓歌) 상여를 메고 갈 때 부르는 노래. 죽은 이를 애도하는 장송곡.
심상·해설
해 저무는 황량한 광야에 가을바람이 높이 불고, 찢어진 깃발처럼 펄럭이는 영혼 위로 까마귀가 맴돌며 낙엽 휘날리는 빈 산에서 고향 잃은 슬픔이 사무치는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