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소야의 노래
무거운 쇠사슬 끄으는 소리 내 맘의 뒤를 따르고
여기 쓸쓸한 자유(自由)는 곁에 있으나
풋풋이 흰눈은 흩날려 이정표(里程表) 썩은 막대 고이 묻히고
더러운 발자국 함부로 찍혀
오직 치미는 미움
낯선 집 울타리에 돌을 던지니 개가 짖는다.
어메야, 아직도 차디찬 묘(墓) 속에 살고 있느냐.
정월(正月) 기울어 낙엽송(落葉松)에 쌓인 눈 바람에 흐트러지고
산(山)짐승의 우는 소리 더욱 처량히
개울물도 파랗게 얼어
진눈깨비는 금시로 나려 비애(悲哀)를 적시울 듯
도형수(徒刑囚) 발은 무겁다.
주석
소야(小夜) '작은 밤'이라는 뜻으로, 저녁녘 혹은 깊지 않은 밤을 가리킴. 소야곡(세레나데)의 어감도 함께 지님.
이정표(里程表) 길의 거리와 방향을 적어 세운 표지. 여기서는 썩어 눈에 묻힌 채 방향을 잃은 길을 상징함.
낙엽송(落葉松) 가을에 잎이 지는 침엽수인 잎갈나무.
도형수(徒刑囚) 도형(徒刑), 곧 징역형을 받고 갇혀 노역하는 죄수. 자유를 잃은 화자의 처지를 빗댄 말.
심상·해설
정월의 눈보라 속, 쇠사슬 끄는 소리를 등 뒤에 달고 어머니의 무덤을 떠올리며 진눈깨비 흩날리는 낯선 길을 무거운 발로 걸어가는 떠도는 자의 적막한 밤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