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무제 1
내 마음의 크기는 한 개 궐련 기러기만 하다고 그렇게 보고,
처심(處心)은 숫제 성냥을 그어 궐련을 붙여서는
숫제 내게 자살을 권유하는도다.
내 마음은 과연 바지작 바지작 타들어 가고 타는 대로 작아 가고,
한 개 궐련 불이 손가락에 옮겨 붙으렬 적에
과연 나는 내 마음의 공동(空洞)에 마지막 재가 떨어지는 부드러운 음향을 들었더니라.
처심(處心)은 재떨이를 버리듯이 대문 밖으로 나를 쫓고,
완전한 공허를 시험하듯이 한마디 노크를 내 옷깃에 남기고
그리고 조인(調印)이 끝난 듯이 빗장을 미끄러뜨리는 소리
여러 번 굽은 골목이 담장이 좌우 못 보는 내 아픈 마음에 부딪혀
달은 밝은데
그때부터 가까운 길을 일부러 멀리 걷는 버릇을 배웠더니라.
주석
궐련(卷煙) 종이로 말아 만든 담배. 타들어 가며 작아지는 모습이 화자의 마음에 비유된다.
처심(處心) 마음을 씀, 또는 속에 품은 마음(속마음). 여기서는 화자를 자살로 내모는 또 하나의 자아처럼 그려진다.
공동(空洞) 텅 빈 굴, 빈 구멍.
조인(調印) 도장을 찍어 약정을 맺음. 빗장 거는 소리를 마치 결정을 매듭짓는 날인처럼 표현했다.
심상·해설
담배 한 개비처럼 타들어 가며 작아지는 마음, 텅 빈 가슴에 마지막 재가 툭 떨어진다. 달 밝은 밤, 굽이굽이 굽은 골목을 일부러 멀리 돌아 걷는 외로운 자학의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