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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
1930년대

스티븐스

박용철 · 1930년대
내가 옷을 벗고 아조 무서워하며 광야를 지날때에 고개를 반짝 처들고 계집아이 같이 놀래였으나 쭈구리고 있는 사자를 (험한 바위뒤에서 눈을 처들고 있는) 거기서 나는 보았다 그는 발로 仙人掌[선인장]을 갈르고 내가 지날제 나를 노려보았다 그는 내뒤를 딸아왔을게다 내가 무서워하는줄을 알았으면 만일 내 씩씩한 얼굴이 계집아이 같은 무섬을 감춘줄 알면 밤중에 그는 일어나서 몸을 잡어느리고 코를 씩씩거린다 그는 소리치고 모래밭으로 뛰어간다 무릅을 꿇고 사방을 살핀다 그의 타는눈 그의 흉악한 눈 어둠속에서 나는 볼수있다; 그는 무서웁게 꼬리를 친다 그는 내게 뛰여덤비기를 바랄것이다 나는 굴속에 있는 사자이다 나는 나를 두렵게하는 무섬이다 나는 절망의 광야이다 그러고 고통의 밤이다 낮으로 밤으로 무슨일이 일어나던 나는 이 광야로 걸어가야 한다 마침내 내가 사자를 불러서 내손을 핥일수있게 되기까지

주석

스티븐스 아일랜드 시인·소설가 제임스 스티븐스(James Stephens, 1880~1950). 박용철이 그의 시를 번역하였다.

선인장(仙人掌) 사막에 자라는 가시 식물 선인장. 한자어로 '신선의 손바닥'이라는 뜻.

잡어느리고 잡아 늘이고. 몸을 길게 펴는 모양.

무섬 무서움, 두려움의 준말.

심상·해설

황량한 광야에서 자신을 노리는 사자와 마주친 두려움이, 끝내 그 사자가 곧 자기 안의 절망과 고통임을 깨닫고 그것을 길들여 손을 핥게 할 때까지 광야를 걸어가겠다는 내면의 대결로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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