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자화상
텅 빈 방 안에 누워
쪽거울을 본다
거울 속에 나타난
무서운 눈초리
코가 높아 양반이래도 소용없고
입센처럼 이마가 넓대도 자랑일 게 없다
아름다운 꿈이 뭉그러지면
성가신 슬픔은 바위처럼 가슴을 덮고
등뒤에는 항상 또 하나 다른 내가 있어
서슬이 시퍼런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고
하하하 코웃음치며 비웃는 말 ──
한낱 버러지처럼 살다가 죽으라
주석
터 ─ ㅇ 비인 '텅 빈'을 늘여서 표기한 것. 원문의 음을 길게 끄는 표현이다.
쪽거울 작은 손거울. '쪽'은 작은 조각을 뜻한다.
입센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1828~1906). 노르웨이의 극작가로 이마가 넓은 얼굴로 알려져 있다.
심상·해설
텅 빈 방에 누워 작은 거울 속 자신의 무서운 눈초리를 마주하고, 등 뒤의 또 다른 자아가 벌레처럼 살다 죽으라 비웃는 자기 환멸의 내면 풍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