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검은 구름
높이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가슴 한복판을 누른다.
내 무슨 죄로
두 손 가슴에 얹고 반듯이 침대에 누워
집행시간을 기다리느뇨.
그러나 모두 우습다.
그러나 모두 무(無)다
눈만 살아
벌레 먹은 내 육체를 내려볼 때에
인생은 결국 동물의 한 현상이어니.
백년도 그렇고······
천년도 그렇고······
내 한가지 희원(希願)은
내 간 후
뉘우칠 것도 거리낄 것도 아무것도 없게 하라.
주석
희원(希願)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람, 또는 그런 바람. 곧 소원.
심상·해설
검은 구름이 가슴을 짓누르는 가운데 침대에 누워 죽음의 집행을 기다리듯, 벌레 먹은 육신을 내려다보며 인생의 허무를 응시하는 어두운 명상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