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백말
한낮의 태양은 눈부시게 해심海心을 내려쏘는데
잔교棧橋 끝으로
백금白金의 비말飛沫이 풀풀 우리 키보다 높다
동경憧憬의 흰 돛은 아득히 하늘 끝 닿고
발 아래로 푸른 유혹의 물.
물에 길든 갈매기 놀라 날 줄 모르고
오가락 물방울 희롱하며 젖은 날개 더욱 빛나거니.
난간에 고요히 걸어앉아 불순의 피 끊치는 순간
더 높아져라 높아져라 오오 백말이여! 더 높아져라
아스라한 신경이 눈썹 끝 머리털 끝 층층계 기어오른다
주석
백말(白말) 제목이자 시 속의 '백말'은 하얗게 부서지는 흰 물결(흰 파도)을 가리킴.
해심(海心) 바다 한가운데.
잔교(棧橋) 물가에서 배에 오르내리도록 만든 다리 모양의 시설. 부두의 다리.
백금(白金) 백금. 여기서는 햇빛에 빛나는 흰빛을 비유.
비말(飛沫) 날아 흩어지는 물방울. 물보라.
동경(憧憬) 마음에 두고 간절히 그리워함.
불순(不純)의 피 순수하지 못한 피. 세속에 더럽혀진 마음을 비유.
심상·해설
한낮 햇빛이 내리쬐는 부두 끝에서 키보다 높이 솟구치는 백금빛 물보라와 빛나는 갈매기 날개를 보며, 더러운 피가 씻기듯 흰 물결이 더 높이 솟기를 외치는 고양된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