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야구
식지 않은 피를 보려거든 야구장(野球場)으로,
소리라도 마음껏 질러 보고 싶은 자(者)여 달려오라
◇
유월(六月)의 태양(太陽)이 끓어 내리는 『그라운드』에
상청수(常靑樹)와 같이 버티고 선 점(點), 점(點), 점(點)
꿈틀거리는 그네들의 혈관(血管) 속엔
덩이피 쭉 쭉 쭉 뻗어 달린다
◇
『피처』의 꽂아 넣는 『스트라이크』는 ××××
『배트』로 갈겨 내친 『볼』은 수뢰(水雷)의 ××!
Home-run-bat!-Home-run-bat!
시푸른 하늘 바다로 유성(流星)같이 날른다
◇
고함(叩喊) 소리에 무너지는 군중(群衆)의 성벽(城壁)
V-i-c-t-ory―. v-i-c-t-ory
Victory-! victory―! victory―
찔려 죽어도 최후(最後)의 일각(一刻)까지 싸우는
오오 이 땅의 젊은이의 의지(意志)를 보라
지고도 웃으며 적(敵)의 손을 잡는
이 강산(江山)에 자라난 남아(男兒)의 가슴을 헤쳐 보라!
◇
식지 않은 피를 보려거든 야구장(野球場)으로,
소리라도 마음껏 질러 보고 싶은 자(者)여 달려오라!
(29.6.10)
주석
상청수(常靑樹) 사철 잎이 푸른 나무, 곧 상록수. 여기서는 그라운드에 흔들림 없이 버티고 선 선수들을 비유한다. 심훈의 대표 소설 「상록수」와도 통하는 이미지다.
덩이피 엉길 만큼 진한 피, 끓는 핏덩이. 젊은 혈기를 강조한 말이다.
수뢰(水雷) 물속에서 터지는 폭발 무기, 어뢰. 방망이에 맞아 총알같이 뻗는 타구를 비유한다.
××·×××× 원문에 복자(伏字, 검열로 가린 글자)로 처리된 부분. 식민지 검열로 본디 글자를 알 수 없다.
일각(一刻) 아주 짧은 시간, 한순간. '최후의 일각'은 마지막 순간을 뜻한다.
(29.6.10) 창작 일자 표기로, 1929년 6월 10일을 뜻한다.
심상·해설
유월의 햇볕이 쏟아지는 운동장에서 상록수처럼 버틴 선수들의 핏줄이 끓고, 방망이에 맞은 공이 유성처럼 하늘로 솟구치며, 끝까지 싸우고도 웃으며 적과 손잡는 젊은이들의 기개가 함성과 함께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