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소제춘효
동파(東坡)가 쌓은 소제(蘇堤) 사립(蓑笠) 쓴 저 노옹(老翁)아
오월(吳越)은 어제런 듯 그 양자(樣子)만 남았구나
죽장(竹杖)을 낚싯대 삼고서 고기 낚고 늙더라.
주석
소제춘효(蘇堤春曉) '소제의 봄 새벽'이라는 뜻. 항저우 서호의 둑 소제에서 맞는 봄 새벽 경치로, 서호십경(西湖十景)의 으뜸으로 꼽힌다.
동파(東坡) 송나라 문호 소식(蘇軾), 호가 동파. 항저우 지방관으로 있을 때 서호를 준설하여 긴 둑을 쌓았고, 그 둑을 그의 성을 따 '소제(蘇堤)'라 한다.
사립(蓑笠) 도롱이와 삿갓. 비를 막으려고 풀로 엮어 두르던 옛 비옷과 갓으로, 강가에서 낚시하는 은자·어옹의 차림이다. (원문의 '娑笠'은 '蓑笠'의 오기로 보임)
오월(吳越) 춘추시대 서로 다투던 오나라와 월나라. 이 지역의 옛 나라들로, 한때의 흥망성쇠가 다 지나갔음을 가리킨다.
양자(樣子) 모습, 모양새.
죽장(竹杖)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
심상·해설
소동파가 쌓은 서호 둑의 봄 새벽, 오나라 월나라의 흥망도 한바탕 꿈처럼 지나간 자리에 도롱이 삿갓 쓴 노인만이 대지팡이를 낚싯대 삼아 유유히 고기를 낚으며 늙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