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만가 3
주린 고양이의 마음이로다
창굴(娼窟)의 대낮 같은 고달픔이로다
무엇이고 누구임을
가리지 않고 고대하는 마음…
그것도 가릴 때가 아님을 아노니
아아, 오려무나, 바람처럼 가볍게
걷잡을 수 없는 미친 마음의 품 안으로 ─
기다리는 마음의 안
두 눈알로 몰려들면
가슴은 북처럼 울고
코는 피리처럼 떨도다
얼마나 커다란 뜻이기에
얼마나 참을 수 없는 바램이기에
이리도 무섭게 지랄치는 마음이냐?
─ 고기에 미친 야수(野獸)로다!
무덤보다도 괴로운 삶의 몸뚱아리를
피를 좋아하는 호조(胡鳥)의 주둥아리가
멀미나도록 파먹고 내버렸느니
끈적거리는 삶의 성채(城砦)여
…오동마차(梧桐馬車)에 태워
응달진 묘혈(墓穴)로 휘몰아 보낼까 보다
천 길 벼랑 아래로, 멱살을 부여잡아
만가(輓歌)와 함께 던져버릴까 보다
아하!
통곡하는 대지 ─
불꽃아!
광란아!
공소야!
곤두 재주야!
주린 고양이처럼
지향없이 싸대는 마음의 한복판에서
꽝 소리가 저절로 터져나올 때,
기울이고 엿듣던 귓청은 찢어지거라
그 때 ─
대지의 한 끝으로부터
나무가 거꾸러지고
집채가 뒤덮치고
온 땅덩이의 사개가 뒤틀릴 때,
미쳤던 마음은
기쁨의 들창을 열어제치고
하하하 손벽치며 웃어주리로다
오오, 벌거숭이 같은 의욕아!
삶의 손아귀에서 낡은 질서를 빼앗고
낯선 광상곡(狂想曲)을 읊어주는 네 마성(魔性)을
나는 연인처럼 사랑한다
주석
창굴(娼窟) 창녀들이 모여 있는 소굴. 여기서는 한낮처럼 노골적이고 지친 고달픔을 비유.
호조(胡鳥) '오랑캐 새'라는 뜻. 사납게 살을 파먹는 새를 가리킴.
성채(城砦) 성과 요새. 여기서는 끈질기게 버티는 '삶'을 비유.
오동마차(梧桐馬車) 오동나무로 짠 관(棺)을 실은 상여 또는 영구 마차를 가리킴. 죽음의 운반을 뜻함.
묘혈(墓穴) 시신을 묻기 위해 판 구덩이, 무덤 구덩이.
사개 상자나 기둥의 모서리를 끼워 맞추는 이음매. 여기서는 온 땅덩이의 짜임이 뒤틀림을 뜻함.
광상곡(狂想曲) 일정한 형식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펼치는 기악곡(카프리치오). 여기서는 낡은 질서를 깨뜨리는 광기 어린 노래를 뜻함.
마성(魔性) 사람을 호리는 마귀와 같은 성질.
심상·해설
굶주린 고양이처럼 광란하는 마음이 낡은 삶의 질서를 무덤으로 내던지고, 온 땅이 뒤틀려 무너지는 파국 속에서 도리어 기쁨의 창을 열어 웃는 격렬한 의욕이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