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봄철의 바다
저기 고요히 멈춘
기선(汽船)의 굴뚝에서
가느른 연기가 흐른다.
엷은 구름과
낮겨운 햇빛은
자장가처럼 정다웁고나.
실바람 물살 지우는 바다 위로
나직하게 보- 우는
기적(汽笛)의 소리가 들린다.
바다를 향하여 기울어진 풀두던에서
어느덧 나는
휘파람 불기에도 피곤하였다.
주석
낮겨운 한낮이 기운, 정오가 지나 해가 기울기 시작한. '겨운'은 '기운'의 옛말.
기적(汽笛) 증기 기관의 고동. 여기서는 배가 울리는 뱃고동 소리.
풀두던 풀이 난 언덕, 둔덕. '두던'은 '둔덕'의 옛말.
심상·해설
봄날 한낮, 멈춘 기선 굴뚝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오르고 나른한 햇살과 뱃고동 소리 속에서 풀 언덕에 앉아 휘파람마저 지쳐 버린 나른하고 평화로운 바닷가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