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하일소경
운모(雲母)같이 빛나는 서늘한 테이블.
부드러운 얼음, 설탕, 우유(牛乳)
피보다 무르녹은 딸기를 담은 유리잔(琉璃盞).
얇은 옷을 입은 적이 고달핀 색시는
기름한 속눈썹을 깔아매치며
가녀린 손에 들은 은(銀)사실로
유리잔(琉璃盞)의 살찐 딸기를 부수노라면
담홍색(淡紅色)의 청량제(淸凉劑)가 꽃물같이 흔들린다.
은(銀)사실에 옮기인 꽃물은
색시의 고요한 입술을 앵두보다 곱게도 물들인다.
색시는 달콤한 꿈을 마시는 듯
그 얼굴은 푸른 잎사귀같이 빛나고
콧마루의 수은(水銀)같은 땀은 벌써 사라졌다.
그것은 밝은 하늘을 비추인 작은 못 가운데서
거울같이 피어난 연(蓮)꽃의 이슬을
헤엄치는 백조(白鳥)가 삼키는 듯하다.
주석
하일소경 夏日小景. 여름날의 작은 풍경. 시 제목.
운모(雲母) 얇게 잘 갈라지는, 유리처럼 반짝이는 광물. 서늘하게 빛나는 테이블의 질감을 비유함.
은사실 은으로 만든 가는 숟가락 또는 그런 도구. 딸기를 으깨고 떠먹는 은수저를 가리킨다.
담홍색(淡紅色) 엷은 분홍빛. 딸기를 으깬 음료의 색.
청량제(淸凉劑)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음료. 여기서는 딸기·얼음·우유로 만든 빙수 같은 마실 거리.
심상·해설
한여름, 얼음과 딸기를 담은 유리잔을 은수저로 으깨자 분홍빛 꽃물이 흔들리고 색시의 입술이 앵두처럼 물드는, 시원하고 감각적인 빙수의 정경이 연꽃 이슬을 삼키는 백조의 이미지로 곱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