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몽미인
꿈이면 가지는 그 길
꿈이면 들리는 그 집
꿈이면 만나는 그 이
어느결 가지는 그 길
언제나 낯 익은 그 길
웃잖고 조용한 그 얼굴
커다란 유심한 그 눈
담은채 말 없는 그 입
잡으랴 놓치는 그 모습
어찌다 깨이면 그 꿈
서글기 끝 없네 내 마음
다시금 잠 들랴 헛된 일
딱딱한 포도(舖道)를 걸으며
짝 잃은 나그네 홀로서
희미한 그 모습 더듬네
머잖아 깊은 잠 들 때엔
밤 낮에 못 잊은 그대를
그 길가 그 집서 뫼시리.
—「新天地[신천지]」, 1954. 8
주석
몽미인(夢美人) 꿈에 나타나는 임. 세상을 떠난 아내를 꿈속에서 그리는 마음을 제목에 담았다.
어느결 '어느 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유심(有心)한 여기서는 깊고 그윽하여 마음을 담은 듯한 모양을 이른다.
포도(舖道) 돌이나 콘크리트로 단단히 깔아 다진 길, 포장도로.
뫼시리 '모시리'의 옛말. 웃어른을 받들어 모신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저세상에서 임을 다시 모시겠다는 의미.
심상·해설
꿈속에서만 가닿는 낯익은 길과 집, 그곳에서 말없이 조용히 웃는 임의 얼굴. 잡으려 하면 사라지고 깨어나면 딱딱한 길 위 홀로 선 나그네가 되어, 깊은 잠(죽음) 끝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