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Invocation
겨을은 이미 오래다. 봄이여 오─봄아
너의 걸어옴이 너무 더디고나
이 답답한 구름이 끼인지 오래다 해야
너의 나타남이 넘우 드물고나
치위와 어둠에 우리의 숨 끄치기전에
우리의 피ㅅ줄에 새피를 부어너주라
팔들은 마른 가지같이 하날로 뻗히고
눈은 그리움에 겨워 멀거니 바람나니
무겁게 나려디 장막을 헤치고
앞가림 들치며 용상에 나앉는 王者같이
너의 붉으레한 밝은 낯을 내여노라
기다림에 지친 우리의 절을 받어주라
쇠뚜껑같이 깟닥않는 구름을 깨치고
막을길 없는 너의힘을 우리게 베풀어주라
주석
Invocation 영어로 '기원(祈願)', '간절히 부름'이라는 뜻. 봄과 해를 향한 간절한 부름이라는 시의 성격을 나타낸다.
용상(龍床) 임금이 앉는 자리, 옥좌. 어둠을 헤치고 떠오르는 해를 왕좌에 오르는 임금에 비유한다.
앞가림 앞을 가린 휘장이나 가림막. 용상 앞에 드리운 장막을 가리킨다.
해야 '해(태양)야'라고 부르는 말. 봄과 함께 어둠을 물리칠 광명의 상징으로 호명된다.
심상·해설
긴 겨울의 추위와 짙은 구름 아래, 마른 가지처럼 하늘로 팔을 뻗고 새 생명과 광명을 가져올 봄과 해를 간절히 부르는 비장한 기원의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