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한정
헌 털베로 벌거숭이 몸을 가린 내인들이
지친 인어(人魚)처럼 늘어졌다
하나같이 낡은 한증 두께가
거렁뱅이들을 만들어 놨다
용로(鎔爐)같이 뻘겋게 단 한증 안은
불지옥엘 온 것 같다
무덤 속도 같다
숨이 턱턱 막히는데
어느 구석에선
‘감내기’를 명주실처럼 뽑아낸다
나는
뻘건 천정(天井)이 대작구
무서워진다
주석
털베 거친 천 조각이나 수건. 몸을 가리는 헝겊을 이른 옛말.
내인 아낙네, 여인. 옛 표기로 '여인'을 가리킨다.
한증 한증막(汗蒸幕). 뜨겁게 달군 방에 들어가 땀을 내어 병을 다스리던 한국 전통 찜질 시설.
용로(鎔爐) 쇠붙이를 녹이는 용광로.
감내기 남도(전라도) 지방의 농요·민요 가락의 하나. 모를 심거나 김을 맬 때 부르던 소리.
대작구 '자꾸'의 방언·옛말 표기.
심상·해설
뜨겁게 달궈진 한증막의 붉은 열기 속에 지친 여인들이 늘어진 풍경. 숨 막히는 불지옥 같은 어둠 속에서 가느다랗게 흘러나오는 민요 가락이 명주실처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