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저녁
나이 갓 마흔에도 장가를 못 간 칠성이가
엄벙이 짚신을 삼는 사랑 윗구들에선
저녁마다 몰꾼들이 모이고
고담책(古談冊) 읽는 소리가 들리고
밤이 으슥해 삽살개가 짖어서 보면
국수들을 시켰다.
주석
엄백이 '엄벙이'로 읽힘. 일을 야무지지 못하게 엄벙덤벙 하는 모양을 이른다.
사랑 웃구들 사랑방의 윗목 구들(온돌). '웃구들'은 아랫목 반대편의 윗자리를 뜻한다.
몰꾼 한데 몰려 모인 사람들. 사랑방에 모여드는 마을 사람들을 이른다.
고담책(古談冊) 옛이야기를 적은 책. 사랑방에서 소리 내어 읽으며 즐기던 고전소설책 등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노총각 칠성이가 짚신을 삼는 사랑방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옛이야기책을 읽고, 깊은 밤 국수를 시켜 먹던 정겨운 농촌의 저녁. 등불 아래 도란거리는 향토적 정취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