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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의 여름 저녁
1920년대

산촌의 여름 저녁

한용운 · 1920년대
산 그림자는 집과 집을 덮고 풀밭에는 이슬 기운이 난다 질동이를 이고 물긷는 처녀(處女)는 걸음걸음 넘치는 물에 귀밑을 적신다. 올감자를 캐어 지고 오는 사람은 서쪽 하늘을 자주 보면서 바쁜 걸음을 친다. 살진 풀에 배 부른 송아지는 게을리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다. 등거리만 입은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나무를 안아 들인다. 하나씩 둘씩 돌아가는 까마귀는 어대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주석

질동이 질그릇으로 만든 동이. 물을 긷거나 담아 나르는 그릇.

올감자 제철보다 일찍 수확하는 올종(早種) 감자.

등거리 등만 덮을 만큼 짧고 소매가 없거나 짧은 홑옷. 여름에 입는 간편한 옷.

심상·해설

여름 해질녘 산촌에서 물 긷는 처녀, 감자 지고 오는 농부, 누운 송아지, 나무 안아 들이는 아이들의 정경이 이슬 내리는 풀밭 위로 평화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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