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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락된 눈물
1920년대

저락된 눈물

김억 · 1920년대
임금(林檎)과 사람을 혼동하는 솜씨 좋게 요리를 만드는 애인은, 임금 알을 벗겨 조각조각 나오던 솜씨로, 한 그릇밖에 안 되는 ‘사랑의 요리’를 골고루 솜씨 있게 나누어서는 고운 노랫가락에 미소를 띠며, 여러 사람의 앞에 놓인 꽃 식탁 위에 한 그릇씩 한 그릇씩 내어 놓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그 요리를 먹었을 때부터 모든 것은 일변하여 지구는 쓸 데 없이 돌아가게 되며, 이전에는 한 방울이 성자(聖者)의 말과 같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던 눈물이 갑자기 낙저(落低)되어, 그때부터는 눈물 한 방울에 오전(五錢)도 못 가게 되었습니다.

주석

임금(林檎) 능금, 곧 사과를 뜻하는 한자어. 여기서는 사랑을 골고루 나누는 애인을 사과 깎듯 능란한 사람으로 빗댔다.

낙저(落低) 값이나 지위가 떨어져 낮아짐. 사랑이 흔해지자 눈물(슬픔)의 값어치도 폭락했다는 비유.

오전(五錢) '전(錢)'은 옛 화폐 단위로 1원의 100분의 1. 오 전은 아주 적은 돈을 가리켜, 눈물이 헐값이 되었음을 뜻한다.

성자(聖者) 거룩한 사람, 성인. 눈물 한 방울이 성자의 말씀만큼 귀했다는 비유.

심상·해설

애인이 사과를 깎듯 솜씨 좋게 사랑을 여럿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자, 한때 성자의 말씀처럼 귀하던 눈물이 헐값으로 떨어져 버린 씁쓸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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