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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가다
1920년대

오다 가다

김억 · 1920년대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興)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 리 포구(十里浦口) 산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 천 리(水路千里)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주석

청청(靑靑) 푸르고 푸름. 초목이 싱싱하게 푸른 모양.

중중(重重) 겹겹이 거듭된 모양. 여기서는 파도가 겹겹이 밀려드는 모습.

십 리 포구(十里浦口) 십 리쯤 떨어진 갯가의 포구. 거리가 가까움을 운치 있게 이른다.

수로 천 리(水路千里) 물길로 천 리나 되는 먼 거리.

심상·해설

오가는 길에 스친 인연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푸른 산과 겹겹 파도, 살구꽃 핀 포구를 배경으로 물길 천 리를 건너온 절절한 그리움이 산뜻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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