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상실
가을의
샛말간 하늘에
한 조각의 검은 구름이
무슨 일이나 생긴 듯이,
떠가다가는 사라지고
스러졌다가는 뜨고는 한다.
고요한 나의 밤바다의
고요한 한복판에는
이름 모를 무엇이
무슨 일이나 생긴 듯이,
구슬프게도 다만 혼자서
잔 물살을 내이고 있다.
주석
샛말간 '새맑은'의 옛 표기. 매우 맑고 깨끗한 모양.
잔 물살을 내이고 잔물결을 일으키고. '내이다'는 '내다'의 옛 형태.
심상·해설
맑은 가을 하늘에 떴다 사라지는 검은 구름과, 고요한 밤바다 한복판에서 홀로 잔물결을 일으키는 이름 모를 무엇이 마음속 막연한 상실감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