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비
포구 십 리에 보슬보슬
쉬지 않고 내리는 비는
긴 여름날의 한나절을
모래알만 울려 놓았소.
기다려선 안 오다가도
설운 날이면 보슬보슬
만나도 못코 떠나 버린
그 사람의 눈물이던가.
설운 날이면 보슬보슬
어영도(魚泳島)라 갈매기떼도
지차귀가 축축히 젖어
너흘너흘 날아 들고.
자취 없는 물길 삼백 리
배를 타면 어디를 가노
남포 사공 이 내 낭군님
어느 곳을 지금 헤매노.
주석
어영도(魚泳島) 평안남도 남포 앞바다에 있는 섬 이름. 시의 바닷가 배경이 되는 지명이다.
남포 평안남도 서해안의 항구 도시(진남포). 뱃사람 낭군이 드나드는 포구이다.
지차귀 새의 날갯죽지, 곧 날개의 어깻죽지 부분을 이르는 방언.
심상·해설
여름날 포구에 보슬비가 종일 내리고 날개 젖은 갈매기가 너훌너훌 날아드는데, 자취 없는 뱃길로 떠난 사공 낭군을 그리며 기다리는 아내의 애처로운 마음이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