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병중에
아모리 봄이기로 병(病) 들겠니까
못내 그려 님 탓에 생긴 거외다.
이래저래 뜬시름 많은 이 세상(世上)
저승이 다시곰곰 그립사외다.
不是傷春病 只因憶玉郞 불시상춘병 지인억옥랑
塵寰多苦累 孤鶴未歸情 진환다고루 고학미귀정
님으로 생긴 이 병(病) 봄 탓이 아닌 것을
세상(世上)엔 하로같이 시름뿐 끝없고야
저승이 다시금 그려 못내 설어 하노라.
주석
상춘병(傷春病) 봄을 앓는 병. 봄날의 정취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져 생기는 병을 뜻하나, 시에서는 봄 탓이 아니라 임 탓이라 한다.
옥랑(玉郞) 옥같이 귀한 임. 사모하는 임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이다.
진환(塵寰) 티끌 같은 인간 세상, 곧 속세를 가리킨다.
고학(孤鶴) 외로운 학. 속세를 벗어나 돌아가고자 하나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를 학에 빗대었다.
다시곰곰 / 다시금 다시금, 거듭하여의 옛말.
심상·해설
봄을 앓는 것이 아니라 임을 그리다 병이 든 화자가, 시름만 끝없는 속세에 지쳐 차라리 저승을 그리워하는 깊고 애틋한 상사(相思)의 정이 절절하게 배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