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별후
그대의 흐득여 우는 소리에 따라 나오는
무거운 그 말은 잊을 수가 바이없어,
서럽게도 외롭게 빗겨 울기는 하여라,
아아 그러나 나는 아노라,―
그대는 벌써 나를 잊고 있어라,
하룻날의 길거리에 핼금하여진 황혼의
빛깔도 없는 수풀 속에서 옛 깃을 찾으며,
아득이며 도는 소조(小鳥)와 같이 맘이 볶이기는 하여라,
아아 그러나 나는 아노라,―
그대는 벌써 나를 잊고 있어라.
지금 그대는 내 곁을 떠나 잊지 않으매,
그대의 무거운 말만이 가슴에 숨어들어
지나간 날의 옛 곡조가 노래하기는 하여라,
아아 그러나 나는 아노라,―
그대는 벌써 나를 잊고 있어라.
주석
별후(別後) 이별한 뒤, 헤어진 다음을 뜻하는 한자어 제목이다.
핼금하여진 핼쑥해진, 핏기 없이 창백해진의 옛 표현. 빛이 바랜 황혼을 형용한다.
옛 깃 옛 둥지, 예전에 깃들던 보금자리를 뜻한다.
소조(小鳥) 작은 새. 옛 둥지를 찾아 헤매는 작은 새에 화자의 마음을 빗대었다.
심상·해설
이별 뒤 그대의 흐느낌과 무거운 말이 가슴에 남아 빛바랜 황혼의 수풀에서 둥지를 잃고 헤매는 작은 새처럼 마음을 졸이면서도, 이미 잊혀졌음을 아는 화자의 외롭고 서글픈 자각이 후렴처럼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