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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비
1930년대

지비

이상 · 1930년대
―어디갔는지모르는아내― ○지비1 아내는 아침이면 외출한다 그날에 해당한 한남자를 속이려가는것이다 순서야 바뀌어도 하루에한남자이상은 대우하지않는다고 아내는 말한다 오늘이야말로 정말돌아오지않으려나보다하고 내가 완전히 절망하고나면 화장은있고 인상은없는얼굴로 아내는 형용처럼 간단히돌아온다 나는 물어보면 아내는 모두솔직히 이야기한다 나는 아내의일기에 만일 아내가나를 속이려들었을때 함직한속기를 남편된자격밖에서 민첩하게대서한다 ○지비2 아내는 정말 조류였던가보다 아내가 그렇게 수척하고 거벼워졌는데도 날지못한것은 그손가락에 끼였던 반지때문이다 오후에는 늘 분을바를때 벽한겹걸러서 나는 조롱을 느낀다 얼마 안가서 없어질때까지 그 파르스레한주둥이로 한번도 쌀알을 쪼으려들지않았다 또 가끔 미닫이를열고 창공을 쳐다보면서도 고운목소리로 지저귀려들지않았다 아내는 날줄과 죽을줄이나 알았지 지상에 발자국을 남기지않았다 비밀한발을 늘버선신고 남에게 안보이다가 어느날 정말 아내는 없어졌다 그제야 처음방안에 조분내음새가 풍기고 날개퍼덕이던 상처가 도배위에 은근하다 흐트러진 깃부스러기를 쓸어모으면서 나는 세상에도 이상스러운것을얻었다 산탄 아아 아내는 조류이면서 원체 닻과같은 쇠를삼켰더라 그리고 주저앉았었더라 산탄은 녹슬었고 솜털내음새도 나고 천근무게더라 아아 ○지비3 이방에는 문패가없다 개는이번에는 저쪽을 향하여짖는다 조소와같이 아내의벗어놓은 버선이 나같은공복을표정하면서 곧걸어갈것같다 나는 이방을 첩첩이닫치고 출타한다 그제야 개는 이쪽을향하여 마지막으로 슬프게 짖는다

주석

지비(紙碑) 종이로 만든 비석. 실제 묘비가 아니라 글로 세운 비석이라는 뜻으로, 떠나간 아내를 기리는 묘비명의 성격을 띤다.

산탄(散彈) 발사하면 잘게 흩어지는 작은 탄알이 든 탄환. 여기서는 아내가 삼킨 쇳덩이의 이미지로 변주된다.

조분(鳥糞) 새의 똥.

공복(空腹) 배 속이 비어 있는 상태, 빈속.

조롱(鳥籠) 새를 가두어 기르는 장. 새장.

심상·해설

새처럼 야위어 가던 아내가 끝내 자취를 감추고, 빈방에 새똥 냄새와 깃털만 흩어진 채 짖는 개와 벗어 둔 버선이 떠나간 여인의 묘비명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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