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무제 2
선행하는 분망을 싣고 전차의 앞창은
내 투사(透思)를 막는데
출분한 아내의 귀가를 알리는 '페리오드'의 대단원이었다.
너는 어찌하여 네 소행을 지도에 없는 지리에 두고
화판 떨어진 줄거리 모양으로 향료와 암호만을 휴대하고 돌아왔음이냐.
시계를 보면 아무리 하여도 일치하는 시일을 유인할 수 없고
내 것 아닌 지문이 그득한 네 육체가 무슨 조문(條文)을 내게 구형하겠느냐
그러나 이곳에 출구와 입구가 늘 개방된 네 사사로운 휴게실이 있으니 내가 분망 중에라도 네 거짓말을 적은 편지를 '데스크' 위에 놓아라
주석
분망(奔忙) 몹시 바쁨.
투사(透思) 꿰뚫어 봄, 속까지 들여다보는 생각.
출분(出奔) 도망치듯 집을 나가 달아남. 아내가 집을 떠났다 돌아온 상황을 가리킨다.
페리오드(period) 마침표, 종지부. 아내의 외도와 귀가로 한 사건이 끝맺어짐을 뜻한다.
화판(花瓣) 꽃잎.
조문(條文) 법령·조약 따위의 조항. 아내의 몸이 마치 죄를 묻는 법조문처럼 다가온다는 발상.
데스크(desk) 책상.
심상·해설
전차 유리창이 시선을 가로막는 도시에서, 집을 나갔다 향료와 암호만 지니고 돌아온 아내를 마주한다. 낯선 지문이 가득한 몸과 거짓말의 편지가 오가는, 식어 버린 부부 사이의 서늘한 정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