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거리
―여인이 출분한 경우―
백지 위에 한 줄기 철로가 깔려 있다. 이것은 식어 들어가는 마음의 도해다. 나는 매일 허위를 담은 전보를 발신한다. 명조 도착(明朝到着)이라고. 또 나는 나의 일용품을 매일 소포로 발송하였다. 나의 생활은 이런 재해지를 닮은 거리에 점점 낯익어 갔다.
주석
출분(出奔) 도망치듯 집을 떠나 달아남. 여기서는 아내(여인)가 집을 나간 상황을 가리킨다.
도해(圖解) 그림으로 풀어 설명함, 또는 그 그림.
명조 도착(明朝到着) '내일 아침 도착'이라는 뜻. 거짓 전보의 상투적 문구.
재해지(災害地) 재해를 입은 지역, 폐허가 된 땅.
심상·해설
텅 빈 백지 위에 외줄 철로가 뻗어 있고, 화자는 오지 않을 사람에게 매일 거짓 전보를 친다. 떠난 이를 향한 헛된 신호만 오가는, 재해지처럼 황량해진 마음의 거리가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