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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가신 때
1920년대

당신 가신 때

한용운 · 1920년대
당신이가실때에 나는 다른시골에 병드러누워서 리별의키쓰도 못하얏슴니다 그때는 가을바람이 츰으로나서 단풍이 한가지에 두서너닙이 붉엇슴니다 나는 영원의시간에서 당신가신때를 끈어내것슴니다 그러면 시간은 두도막이 남니다 시간의한끗은 당신이가지고 한끗은 내가가젓다가 당신의손과 나의손과 마조잡을때에 가만히 이어노컷슴니다 그러면 붓대를잡고 남의불행한일만을 쓰랴고 기다리는사람들도 당신의가신때는 쓰지못할것임니다 나는 영원의시간에서 당신가신때를 끈어내것슴니다

주석

붓대를 잡고 남의 불행한 일만을 쓰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남의 불행을 기삿거리로 삼는 이들을 가리키는 표현. 당신과 헤어진 일조차 그들의 글감이 되지 않도록 그 시간을 영원에서 끊어 내겠다는 뜻.

심상·해설

병들어 누워 이별의 인사조차 못한 그 가을날을 영원의 시간에서 도려내어, 다시 손을 맞잡는 날 가만히 이어 붙이겠다는 기발하고도 애틋한 상상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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