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단상
눈은 옵니다
함박눈은 소리없이
나려옵니다
님께서 마지막으로 떠나시며
나에게 하시던 말씀
오늘이 며칠인가요
동짓달에도 스무 나흐레 … …
반밤에 나는 남몰래 일어나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온 뜰을 헤매이었습니다
님께서 이리도 차고 매우매
이 눈길을 떠나신가 합니다.
그러고 두 번 다시는
돌아오시지 못할 길이오매
이 밤이 새도록
눈이 나리는가 합니다
눈은 옵니다
함박눈은 소리없이
나려 옵니다.
주석
동짓달 음력 11월을 이르는 말. 동지가 든 달.
반밤 한밤중, 깊은 밤을 이르는 말.
매우매 '맵다(맵고 매섭다)'에서 온 말로, 추위가 살을 에듯 매서움을 뜻함.
심상·해설
소리 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머리를 풀어 헤친 채 텅 빈 뜰을 밤새 헤매는 여인의 모습에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임을 향한 사무친 그리움이 차갑게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