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눈 2
무겁게도 흐리진 머리털 아래의,
회색 구름이 차게도 하늘을 덮은 듯한,
향내의 흰 분(분)에 얼굴을 파묻고 섰는
겨울의 아낙네여, 그리고 애인이여.
떠오르며 흩어지는 연기의
쓰러져가는 한때의 옛사랑을
무심스럽게도 바라보고 있는
담배를 피우는 애인이여, 아낙네여.
옅은 웃음을 띠우며
맘의 찬 입술을 깨물고 있는 애인이여,
날은 흐린 어둑한 십일월의
고요한 저녁의 아낙네여.
애인을 버리고 가려는 애인이여,
두꺼운 목도리를 둘러 맨 아낙네여.
지금은 겨울, 겨울에도 눈 오는 때,
맘하여라, 한 송이 두 송이 눈이 내리나니,
하염없이도 땅 위에 내리는 눈,
사방과 사방을 둘러싸는 눈,
그리하여 눈 속에서 맘과 맘은 잠들었어라.
주석
분(粉) 얼굴에 바르는 흰 화장가루, 백분.
맘하여라 ‘마음하여라’의 준말로, 마음을 두어 헤아리라는 뜻으로 쓴 시적 표현.
심상·해설
흐린 십일월 저녁, 흰 분을 바른 겨울 여인이 담배 연기처럼 스러지는 옛사랑을 무심히 바라보고, 사방을 둘러싸며 내리는 눈 속에 마음과 마음이 잠들어가는 이별의 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