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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1
1920년대

눈 1

김억 · 1920년대
죽은 님의 넋 위에도 내려오는 눈. 잃어버린 사랑의 무덤 위에도 오는 눈. 어린 맘의 꽃 위에도 내려붓는 눈. 한 유월의 낮잠의 꿈에도 오는 눈. 닥치면 보드라운 손끝에도 녹는 눈. 덮으면 일어나는 불도 꺼지게 하는 눈. 즈려밟으면 아무 저항도 없는 눈. 차기는 하여도 한없이 보드라운 눈. 님이여, 당신은 눈, 눈은 당신. 맘이여, 당신은 눈, 눈은 당신.

주석

즈려밟다 위에서 내리눌러 밟다. ‘지르밟다’의 옛 표기로, 김소월의 ‘즈려밟고’와 같은 어형이다.

내려붓다 비나 눈 따위가 세차게 쏟아져 내리다.

심상·해설

죽은 임의 넋과 잃어버린 사랑의 무덤 위에까지 차별 없이 내려 덮는 보드라운 눈을, 임과 마음 그 자체로 끌어안으며 슬픔을 다독이는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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