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떠나신 님에게
거울 속에 비치인 야윈 이 얼굴
마음은 무어랄까 깊이 갇힌 새.
지척(咫尺)이 천만리(千萬里)가 님 안 오시고
지는 해 못내 서러워 문(門) 닫고 마네.
莫驚憔悴鏡中顔 心似金籠鎖白鷗 막경초췌경중안 심사금롱쇄백구
咫尺還如千里遠 愁看落日掩柴門 지척환여천리원 수간낙일엄시문
거울을 들고 보니 이 얼굴 야위었구나
지척(咫尺)이 천리(千里)로다 가신 님 아니 오네
지는 해 못내 서러워서 싸리문(門)을 닫나니.
주석
지척(咫尺) 아주 가까운 거리. '지척이 천만리'는 가까운데도 멀게만 느껴짐을 이른다.
金籠(금롱) 금빛 새장. 갇힌 마음을 새장 속 새에 비유한 것.
白鷗(백구) 흰 갈매기. 자유로워야 할 새가 새장에 갇힌 처지로 그려진다.
柴門(시문) 사립문, 싸리로 엮어 만든 문.
심상·해설
거울에 비친 야윈 얼굴과 새장에 갇힌 새 같은 마음. 지척이 천만리처럼 멀어 임은 끝내 오지 않고, 해 지는 저녁 서러움에 싸리문을 닫아거는 기다림의 정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