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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 저녁에
1920년대

늦은 봄 저녁에

김억 · 1920년대
꽃샘하노라 이날세 이렇듯 가을 같아 고요한 밤 은하(銀河)는 맑고 맑구나. 이 몸은 기러기가 왜 못 됐는고 해마다 님의 곳을 내 못 가노라. 落花天氣似新秋 夜靜銀河淡欲流 낙화천기사신추 야정은하담욕류 却恨此身不如雁 年年未得到原州 각한차신불여안 연연미득도원주 이날세 꽃샘할 제 밤 은하(銀河) 맑을시고 이 몸은 저 기러기 어이하여 못 되었는고 해마다 님 계신 곳을 갈 길 없어 하노라.

주석

이날세 이 날씨. '날세'는 '날씨'의 옛말.

은하(銀河) 밤하늘에 길게 뻗은 별들의 띠, 은하수.

기러기 철 따라 먼 곳을 오가는 새. 임에게 갈 수 없는 자신과 대비되는 자유로운 존재로 쓰였다.

原州(원주) 한시 원문 속 임이 있는 지명. 김억은 번역에서 '님의 곳'으로 옮겼다.

심상·해설

꽃샘추위로 가을처럼 서늘한 늦봄 밤, 은하수가 맑게 흐른다. 철 따라 날아가는 기러기조차 못 되어 해마다 임에게 가지 못하는 그리움이 별빛 아래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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