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애닯기도 하여라
애닯기도 하여라, 새빨간, 새빨간
저녁의 볕은 넘으며 어두우려 할 때,
아직도 사막을 걷는 낙타의 설움,
무거운 짐에 허덕이는 인생의 몸.
어찌하면 사막이 그리우며,
어찌하면 무거운 짐이 즐거우랴,
내 몸은 이 때문에 파리했노라,
아아 오늘도 새빨간 저녁의 볕.
주석
파리했노라 '파리하다'는 몸이 마르고 핏기 없이 야위다는 뜻.
심상·해설
핏빛으로 타다 저무는 저녁 볕 아래, 무거운 짐을 진 채 끝없는 사막을 걷는 낙타에 인생의 고단함을 빗댄 비장한 풍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