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장수산2
풀도 떨지 않는 돌산이오 돌도 한덩어리로 열두
골을 고비고비 돌았세라 찬 하늘이 골마다 따로
씨우었고 얼음이 굳이 얼어 드딤돌이 믿음직 하이
꿩이 기고 곰이 밟은 자옥에 나의 발도 놓이노니
물소리 귀또리처럼 직직하놋다 피락 마막하는
햇살 눈우에 눈이 가리어 앉다 흰
시울 알에 흰시울이 눌리워 숨쉬는다 온산중 나려앉는
휙진 시울들이 다치지 안히! 나도 내더져
앉다 일즉이 진달래 꽃그림자에 붉었던 절벽 보이한
자리 우에!
주석
씨우었고 씌워졌고. 찬 하늘이 골짜기마다 따로 덮여 있다는 뜻.
시울 어떤 물건의 가장자리·언저리. 여기서는 눈 덮인 능선의 굽은 가장자리를 가리킴.
휙진 휘어진. 곡선을 이루며 굽은.
보이한 비스듬한, 약간 기울어진.
심상·해설
풀도 떨지 않는 얼어붙은 돌산, 눈 위에 눈이 겹겹이 내려앉아 흰 능선들이 숨 쉬듯 펼쳐진 겨울 산중에서, 봄이면 진달래로 붉던 절벽에 몸을 내던지듯 앉는 정적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