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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산1
1920년대

장수산1

정지용 · 1920년대
벌목정정 이랬거니 아람도리 큰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멩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즉도 하이 다람쥐도 좇지 않고 묏새도 울지 않어 깊은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달려 흰 뜻은 한밤 이골을 걸음이랸다? 웃절 중이 여섯판에 여섯 번 지고 웃고 올라간 뒤 조찰히 늙은 사나이의 남긴 내음새를 줏는다?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디랸다 차고 올연히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 속 겨울 한밤 내-

주석

장수산(長壽山) 황해도 재령에 있는 산. 빼어난 경치로 이름났다.

벌목정정(伐木丁丁) 도끼로 나무를 찍는 소리가 쩡쩡 울림. 시경(詩經) 소아편의 구절에서 온 표현으로, 깊은 산속의 적막을 도리어 부각함.

조히 종이.

조찰히 조촐히. 아담하고 깨끗하게,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게.

올연(兀然)히 홀로 우뚝하게. 흔들림 없이 의젓한 모양.

심상·해설

도끼 소리도 메아리도 다람쥐도 멎은 장수산 겨울 한밤, 눈과 달빛이 종이보다 흰 절대 고요 속에서 슬픔도 꿈도 없이 우뚝 견디려는 정신의 적막과 결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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