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불사조
비애! 너는 모양할수도 없도다.
너는 나의 가장 안에서 살었도다.
너는 박힌 화살, 날지안는 새,
나는 너의 슬픈 울음과 아픈 몸짓을 진히노라.
너를 돌려보낼 아모 이웃도 찾지 못하였노라.
은밀히 이르노니-「행복」이 너를 아조 싫여하더라.
너는 짐짓 나의 심장을 차지하였더뇨?
비애! 오오 나의 신부! 너를 위하야 나의 창과 우슴을 닫었노라.
이제 나의 청춘이 다한 어느날 너는 죽었도다.
그러나 너를 묻은 아모 석문도 보지 못하였노라.
스사로 불탄 자리 에서 나래를 펴는
오오 비애! 너의 불사조 나의 눈물이여!
주석
불사조(不死鳥) 스스로 불에 타 죽은 뒤 그 재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전설의 새 피닉스. 여기서는 사라지지 않고 되살아나는 비애를 상징한다.
석문(石門) 돌로 만든 문. 무덤의 입구를 뜻하며, 비애를 끝내 묻을 무덤조차 없었음을 가리킨다.
신부(新婦) 갓 결혼한 여자. 화자가 비애를 평생 함께하는 반려로 의인화한 표현이다.
심상·해설
스스로 타 버린 잿더미에서 다시 날개를 펴는 불사조처럼, 가슴 깊이 박힌 채 죽지 않고 되살아나는 슬픔의 형상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