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오감도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5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6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7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8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9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0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1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뿐이 모였소.(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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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0 : 1
26.10.1931
이상 책임의사 이 상
모후좌우를 제하는 유일의 흔적에 있어서
익은불서 목대불도
반왜소형의 신의 안전에 아전낙상한 고사를 유함.
장부 타는 것은 침수된 축사와 구별될 수 있을는가.
앵무 ※ 두 마리
※ 앵무는 포유류에 속하느니라.
내가 두 마리를 아는 것은 내가 두 마리를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물론 나는 희망할 것이니라.
『이 소저는 신사 이상의 부인(夫人)이냐』 『그렇다』
나는 거기서 앵무가 노한 것을 보았느니라.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었겠느니라.
물론 나는 추방당하였느니라. 추방당할 것까지도 없이 자퇴하였느니라. 나의 체구는 중축을 상실하고 또 상당히 창량하여 그랬든지 나는 미미하게 체읍하였느니라.
『저기가 저기지』『나』『나의―아―너와 나』
『나』
sCANDAL이라는 것은 무엇이냐.『너』『너구나』
『너지』『너다』『아니다 너로구나』 나는 함뿍 젖어서 그래서 수류처럼 도망하였느니라. 물론 그것을 아는 사람은 혹은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러나 과연 그럴는지 그것조차 그럴는지.
제1부 시험 수술대 1
수은도말평면경 1
기압 2배의 평균기압
온도 개무
제2부 시험 직립한 평면경 1
조수 수명
1
나는 거울 없는 실내에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 중이다. 나는 지금 거울 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를 하는 중일까.
2
죄를 품고 식은 침상에서 잤다. 확실한 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 의족을 담은 군용 장화가 내 꿈의 백지를 더럽혀 놓았다.
3
나는 거울 속에 있는 실내로 몰래 들어간다. 나를 거울에서 해방하려고. 그러나 거울 속의 나는 침울한 얼굴로 동시에 꼭 들어온다. 거울 속의 나는 내게 미안한 뜻을 전한다. 내가 그 때문에 영어되어 있듯이 그도 나 때문에 영어되어 떨고 있다.
4
내가 결석한 나의 꿈. 내 위조가 등장하지 않는 내 거울. 무능이라도 좋은 나의 고독의 갈망자다. 나는 드디어 거울 속의 나에게 자살을 권유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그에게 시야도 없는 들창을 가리키었다. 그 들창은 자살만을 위한 들창이다. 그러나 내가 자살하지 아니하면 그가 자살할 수 없음을 그는 내게 가르친다. 거울 속의 나는 불사조에 가깝다.
5
내 왼편 가슴 심장의 위치를 방탄금속으로 엄폐하고 나는 거울 속의 내 왼편 가슴을 겨누어 권총을 발사하였다. 탄환은 그의 왼편 가슴을 관통하였으나 그의 심장은 바른편에 있다.
6
모형심장에서 붉은 잉크가 엎질러졌다. 내가 지각한 내 꿈에서 나는 극형을 받았다. 내 꿈을 지배하는 자는 내가 아니다. 악수할 수조차 없는 두 사람을 봉쇄한 거대한 죄가 있다.
주석
오감도(烏瞰圖) '조감도(鳥瞰圖)'의 '새 조(鳥)'를 '까마귀 오(烏)'로 바꾼 이상의 조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그림이되 불길한 까마귀의 시선임을 암시한다. 1934년 조선중앙일보 연재 중 독자 항의로 중단되었다.
아해(兒孩) '아이'의 옛말.
익은불서 목대불도(翼殷不逝 目大不覩) '날개는 크나 날지 못하고, 눈은 크나 보지 못한다.' 장자(莊子) 산목(山木) 편에서 따온 구절로, 큰 능력을 가졌으나 쓰지 못하는 처지를 비유한다.
반왜소형(胖矮小形) 뚱뚱하면서도 키가 작고 왜소한 모양.
아전낙상(我前落傷) 내가 먼저 떨어져 다침.
소저(小姐) '아가씨'를 뜻하는 한자어 호칭.
체읍(涕泣)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욺.
수류(獸類) 짐승의 무리.
영어(囹圄) 감옥. 갇혀 있는 상태를 뜻한다.
심상·해설
막다른 골목을 질주하는 열세 아이의 공포, 거울에 갇혀 서로를 겨누는 두 자아, 어긋나며 미끄러지는 숫자의 행렬이 불안과 분열의 환각으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