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무제 3
손가락 같은 여인이 입술로 지문을 찍으며 간다. 불쌍한 수인은 영원의 낙인을 받고 건강을 해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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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이 같은 문으로 속속 들어간다. 이 집에는 뒷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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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의 여인이 포즈를 바꾸기 위해서는 적어도 살을 깎아내지 않으면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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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뱀은 한 마리의 뱀의 꼬리와 같다. 또는 한 사람의 나는 한 사람의 나의 부친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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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뼈에는 스며들지 않으니까 뼈는 언제까지나 희고 체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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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에 아무리 해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안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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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산은 털과 같다. 문지르면 언제나 빨갛게 된다.
주석
무제 3 여러 단상을 ※로 끊어 나열한 아포리즘 형식의 산문시. 자아의 순환, 육체와 죽음에 관한 역설적 명제들이 이어진다.
수인(囚人) 옥에 갇힌 사람, 죄수.
낙인(烙印) 불에 달군 쇠로 찍는 표. 지울 수 없는 영원한 흔적을 뜻한다.
안구(眼球) 눈알. 자기 눈으로 자기 눈을 볼 수 없다는, 자아 인식의 한계를 가리키는 역설.
심상·해설
지문을 찍으며 사라지는 여인, 살을 깎아야 자세를 바꾸는 대리석 여인, 제 꼬리와 같은 뱀이 짧은 단상으로 이어진다. 나와 아버지가 포개지고 눈이 제 눈을 못 보는, 차고 역설적인 명상의 단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