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올빼미
울 뒤 밤나무 그늘인가,
안산 밑 늙은 소나무 가진가,
밤마다 어둠을 타고와서
찬비에 젖은 가지 우에
흉측스런 검은 목청으로
우워, 우워, 이 밤을 깊이깊이 우는 것은
애비 어미를 잡어먹은 탓이라는데,
어둠 속에 찌든 마음
그 소리 귀에 배여
두 손 뭉쳐 엄지손가락에 입을 대고
늙은 상제마냥 워 ─ 워 ─ 울어보다.
주석
울 뒤 울타리 뒤.
안산(案山) 집이나 무덤 앞쪽으로 마주 보이는 산.
상제(喪制) 부모나 조부모의 상중에 있는 사람. 효성스러운 자식의 슬픔을 나타낸다.
올빼미가 애비 어미를 잡어먹는다 올빼미는 어미를 잡아먹는 불효의 새라는 옛 속설(효경수梟). 여기서는 그 울음이 불효의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심상·해설
찬비에 젖은 가지 위에서 밤마다 흉측한 목청으로 우는 올빼미, 어미를 잡아먹은 탓이라는 속설처럼 그 울음에 시인도 두 손 모아 늙은 상제마냥 따라 우는 어둡고 한스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