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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1920년대

내 가슴에

김명순 · 1920년대
검고 붉은 작은 그림자들, 번개 치고 양 떼 몰던 내 마음에 눈 와서 조각조각 찢어진 붉은 꽃잎들같이도 회오리바람에 올랐다 떨어지듯 내 어두운 무대 위에 한숨 짓다. 나는 무수한 검붉은 아이들에게 묻노라 오오 허공을 잡으려던 설움들아 분노에 매 맞아 부서진 거울 조각들아 피 맞아 피에 젖은 아이들아 너희들은 아직 따뜻한 피를 구하는가. 아 아 너희들은 내 맘의 아픈 아이들 그렇듯이 내 마음은 피 맞아 깨졌노라 내 아이들아 너희는 얼음에서 살 몸 부질없이 눈 내려 녹지 말고 북으로 북행하여 파란 하늘같이 수정같이 얼어서 붙어서 맺히고 또 맺혀라! (東京서)

주석

검붉은 아이들 시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상처받은 감정과 설움을 의인화한 표현. '아픈 아이들'로 거듭 불린다.

東京(동경) 일본의 수도 도쿄. 시인이 유학하던 곳으로, 창작 장소를 밝힌 부기.

심상·해설

번개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어두운 마음의 무대 위로 부서진 거울과 피 젖은 그림자가 흩날리고, 그 상처를 차라리 얼음처럼 단단히 맺으라는 격정이 차갑게 응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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