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슬픈 하늘
검 붉게 부푼 흙덩이와
잎눈 뜬 가지 가지와
봄을 어루만지는 햇빛과……
꺼질 듯 어두운 슬픈 하늘에도
봄은 지금 아련히 빛난다
사람 사람의 눈초리마다
보이지 않는 불길이 타고
사람 사람의 가슴속마다
오직 하나 억센 뜻은 끊어
봄을 탐하는 안타까움
진주 구슬보다도 빛나고
있는 듯 만 듯한 봄노래 속에도
빛과 빛은 뜨거웁게 입맞춘다
아아 굶주린 내 마음속에
뛰는 핏줄 속에
붉은 장미꽃은 몽오리져도
머언 뒷날 묻는 이 있어
「너의 한 일이 무에냐」하면
서슴지 않고 대답할 말을
나는야 가지지 못하였노라
주석
몽오리져도 '망울지다'의 옛 표현. 꽃망울이 맺히다.
무에냐 '무엇이냐'의 준말.
나는야 '나는'에 운율을 위한 조사 '야'가 붙은 형태.
심상·해설
어둡고 슬픈 하늘 아래에도 봄은 아련히 빛나고, 사람들의 눈초리마다 보이지 않는 불길이 타오르건만, 정작 먼 뒷날 무엇을 했냐 물으면 답할 말 없는 자기 성찰의 부끄러움이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