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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하늘
1930년대

슬픈 하늘

윤곤강 · 1930년대
검 붉게 부푼 흙덩이와 잎눈 뜬 가지 가지와 봄을 어루만지는 햇빛과…… 꺼질 듯 어두운 슬픈 하늘에도 봄은 지금 아련히 빛난다 사람 사람의 눈초리마다 보이지 않는 불길이 타고 사람 사람의 가슴속마다 오직 하나 억센 뜻은 끊어 봄을 탐하는 안타까움 진주 구슬보다도 빛나고 있는 듯 만 듯한 봄노래 속에도 빛과 빛은 뜨거웁게 입맞춘다 아아 굶주린 내 마음속에 뛰는 핏줄 속에 붉은 장미꽃은 몽오리져도 머언 뒷날 묻는 이 있어 「너의 한 일이 무에냐」하면 서슴지 않고 대답할 말을 나는야 가지지 못하였노라

주석

몽오리져도 '망울지다'의 옛 표현. 꽃망울이 맺히다.

무에냐 '무엇이냐'의 준말.

나는야 '나는'에 운율을 위한 조사 '야'가 붙은 형태.

심상·해설

어둡고 슬픈 하늘 아래에도 봄은 아련히 빛나고, 사람들의 눈초리마다 보이지 않는 불길이 타오르건만, 정작 먼 뒷날 무엇을 했냐 물으면 답할 말 없는 자기 성찰의 부끄러움이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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