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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
1930년대

빙점

윤곤강 · 1930년대
코끼리처럼 느린 걸음으로 무거운 게으름에 엎눌리어 삶의 벌판을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氷點[빙점]의 정수배기 우에 얼어붙은 몸둥아리다! 봄바람은 어데로 갔느냐? 꿈많은 내 넋두리를 불러일으킬, 새벽녘 건들바람이, 잠자는 배를 머 ─ ㄴ 하늘밑 바다 우흐로 몰아치듯 ── 오! 쓰면서도 달고, 달면서도 쓴, 삶의 술잔아! 얼어붙은 地域[지역]의 야윈 形骸[형해] 우에 마지막으로 부어줄 毒酒[독주]는 없느냐?

주석

정수배기 '정수리'의 사투리·옛말투. 머리 꼭대기를 이른다. 빙점의 꼭대기에서 얼어붙었다는 뜻이다.

건들바람 초가을에 부는 선들선들한 바람. 잠든 마음을 흔들어 깨우는 바람으로 쓰였다.

형해(形骸) 사람의 몸과 뼈, 또는 그 남은 잔해. 여기서는 얼어붙어 앙상해진 육신을 이른다.

심상·해설

코끼리처럼 무거운 게으름에 짓눌려 삶의 벌판을 기어가다 빙점의 꼭대기에서 그대로 얼어붙은 몸뚱이. 사라진 봄바람을 그리며, 쓰고도 단 삶의 술잔과 얼어붙은 육신에 부어 줄 마지막 독주를 갈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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