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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40-1950년대

서울

이육사 · 1940-1950년대
어떤 시골이라도 어린애들은 있어 고놈들 꿈결조차 잊지 못할 자랑 속에 피어나 황홀하기 장미(薔薇)빛 바다였다. 밤마다 야광(夜光)충들의 고운 불 아래 모여서 영화로운 잔치와 쉴새없는 해조(諧調)에 따라 푸른 하늘을 꾀했다는 이야기. 온 누리의 심장을 거기에 느껴 보겠다고 모든 길과 길들 핏줄같이 엉클여서 역(驛)마다 느릅나무가 늘어서고 긴 세월이 맴도는 그 판에 고추 먹고 뱅―뱅 찔레 먹고 뱅―뱅 넘어지면 「맘모스」의 해골(骸骨)처럼 흐르는 인광(燐光) 길다랗게. 개아미 마치 개아미다 젊은놈들 겁이 잔뜩 나 차마 차마 하는 마음은 널 원망에 비겨 잊을 것이었다 깍쟁이. 언제나 여름이 오면 황혼의 이 뿔따귀 저 뿔따귀에 한 줄씩 걸쳐매고 짐짓 창공에 노려대는 거미집이다 텅 비인. 제발 바람이 세차게 불거든 케케묵은 먼지를 눈보라처럼 날려라 녹아내리면 개천에 고놈 살모사들 승천을 할는지.

주석

야광(夜光)충 밤에 스스로 빛을 내는 작은 바다 생물, 또는 반딧불이 같은 발광 곤충. 밤거리의 화려한 불빛을 빗댄 말이다.

해조(諧調) 잘 어울리는 가락이나 조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음악적 흐름을 가리킨다.

맘모스(mammoth) 매머드. 빙하기에 살던 거대한 코끼리류로, 그 거대한 해골에 도시의 황량하고 거대한 잔해를 견주었다.

인광(燐光) 인(燐)이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내는 빛. 흔히 도깨비불이라 불리며, 음산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아미 '개미'의 옛말·방언 표기. 겁에 질려 우글거리는 군중을 작은 개미 떼에 빗댄 것이다.

깍쟁이 이기적이고 인색한 사람을 이르는 말. 여기서는 서울(도시) 또는 그 야박한 인심을 의인화하여 부른 호칭으로 읽힌다.

살모사 독이 강한 뱀. 개천 바닥에 도사린 살모사로 도시 밑바닥의 음흉하고 위험한 존재들을 암시한다.

심상·해설

어린 꿈은 장밋빛 바다였으나, 핏줄처럼 엉킨 길과 매머드 해골 같은 도깨비불, 텅 빈 거미집과 개천의 살모사가 도사린 황혼의 도시가 음산하고 황량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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