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별바다의 기억
마음의 曠野[광야] 위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밤이 찾아들면
후줄근히 지친 넋은
병든 소녀처럼 흐느껴 울고
울어도 울어도
풀어질 줄 모르는 무거운 슬픔이
안개처럼 안개처럼
내 침실의 창기슭에 어리면
마음의 허공에는
고독의 검은 구름이
만조처럼 밀려들고
─ 이런 때면 언제나
별바다의 기억이
제비처럼 날아든다
내려다보면
수없는 별떼가
무논 위에 금가루를 뿌려 놓고
건너다 보면
어둠 속을 이무기처럼
불 켠 밤차가 도망질치고
쳐다보면
붉은 편주처럼 쪽달이
둥실 하늘바다에 떠 있고
우리들은
나무 그림자 길게 누운 논뚝 위에서
退色[퇴색]한 마음을 주홍빛으로 染色[염색]하고
오고야 말 그 세계의 꽃송이 같은 비밀을
비둘기처럼 이야기했더니라
주석
광야(曠野) 텅 비고 너른 들판. 여기서는 황량하게 펼쳐진 마음의 내면을 비유한다.
무논 물이 괴어 있는 논. 별빛이 비쳐 금가루를 뿌린 듯 반짝이는 무대가 된다.
편주(扁舟) 조각배. 작은 배. 붉게 뜬 조각달을 작은 배에 빗댄 표현이다.
이무기 용이 되지 못하고 물속에 산다는 큰 구렁이. 어둠 속을 미끄러져 달아나는 밤차를 빗댄 말이다.
심상·해설
지친 밤이면 마음의 광야에 슬픔의 안개와 고독의 검은 구름이 밀려들고, 그럴 때마다 별바다의 옛 기억이 제비처럼 날아든다. 무논에 금가루처럼 별이 뿌려지고 조각달이 뜬 논둑에서 다가올 세계의 비밀을 비둘기처럼 속삭이던 시절이 아련히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