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만가 1
쇠뭉치처럼 머리가 무거우냐?
사방을 에워싼 어둔 방안의 멀미냐?
그믐밤보다도 어둡고 슬픈 대낮이냐?
이 세상이 질퍽거리는 흙탕물을 먹었느냐?
바램(希望[희망])은 목놓아 울고
괴롬은 오도도 떠느냐?
옻빛처럼 캄캄한 어둠의 테 속 ─
떨어진 이불 속에 흐느끼는 패부야
먼지 낀 선반 위에 잠자는 굴욕아
화석(化石)처럼 너는 굳어서 뻐드러졌느냐?
그래도, 흰 깃발은 차마 못 들어
검정 보자기로 깃폭을 만들고 싶으냐?
검정 깃발이 까마귀 울음을 부르는 밤
죽음을 외우는 목청은 찢어질 것을…
아아, 어디서 우느냐?
미친 듯 노하여 울부짖는 종소리!
주석
만가(輓歌) 상여를 메고 갈 때 부르는 노래, 또는 죽은 이를 애도하는 노래.
바램(希望) 원문에 한자 '希望'을 병기한 표기. '바람(희망)'을 뜻함.
패부 '패배(敗北)'를 가리키는 표기로, 싸움에 짐을 뜻함.
깃폭 깃발의 천 부분. 흰 깃발(항복) 대신 검정 깃발(죽음·절망)을 만든다는 뜻.
심상·해설
그믐밤보다 어두운 대낮, 패배와 굴욕이 화석처럼 굳은 방 안에서 검은 깃발과 까마귀 울음 속에 미친 듯 울부짖는 종소리가 절망을 토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