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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벽송
1940-1950년대

사벽송

변영로 · 1940-1950년대
밖에 비가 오는지도 모른다 또는 바람마저 부는지도 모른다 단 한간인 내 방(房)에 벽(壁)안만은 천심(千尋) 물속 같이 고요킬래. 남의 곡식 먹는 참새같이 나면서 가난한 나인 바에 이 누리안 의지할 곳 어데인가 이 누리안 고마울 것 무엇인가 초라한 채 몸 담은 이 네 벽(壁) 뿐을. 바람만 뚫지 않고 비만 스미지 않는다면. 아아 이 네 벽(壁)의 「수호(守護)」 없든들 내 이제 어데를 헤매었을고 생각만 하여도 놀라웁고녀. 네 벽(壁)이 나를 지키이매 내 또한 네 벽(壁)을 길이 지키리라. 촌보(寸步)라도 네 벽(壁)을 내어디디면 그 네 벽(壁) 밖은 수토(殊土)요 이향(異鄕)이리. —「春秋[춘추]」, 1943. 7

주석

사벽송(四壁頌) 네 벽을 기리는 노래. 가난한 살림의 한 칸 방을 둘러싼 네 벽에 바치는 찬가라는 뜻.

한간 한 칸. 방 하나 크기의 좁은 공간.

천심(千尋) 천 길. '심(尋)'은 길이 단위로 여덟 자에 해당하며, 매우 깊음을 이른다.

누리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

놀라웁고녀 '놀랍구나'의 옛말 감탄형 어미.

촌보(寸步) 아주 짧은 걸음. 한 치 걸음.

수토(殊土)·이향(異鄕) 수토는 낯설고 다른 땅, 이향은 고향이 아닌 타향. 네 벽 밖 세상은 모두 낯선 곳임을 이른다.

심상·해설

비바람 치는 줄도 모를 만큼 고요한 한 칸 방. 가난한 시인은 자기를 지켜 주는 네 벽에 고마움을 바치며, 벽 밖은 모두 낯선 타향이라 여겨 좁은 거처에서 안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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